관심사

24.09. 직장인의 석사 대학원 입학까지 (카이스트 IMMS)

조 각 모 음 2025. 1. 3. 00:52

 
대학원 지원 결심의 계기와 탐색의 과정을 적어본다.


 

대학원 관심

    인생의 버킷리스트라고 하기엔 뭐하고, 오래 살면 해야할 일 중에 하나로 40대에 대학 다시 가보기 혹은 40대, 60대에 대학원 2번 가보기가 있었다. 한국은 교육에 박하다. 길면 100살까지 사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입시를 목표로) 지식을 쌓을 기회와 시간을 10대에 몰빵시켜버린다고 생각한다. 1020대가 아닌 나이에 배움을 찾는 사람들에겐 고등 교육 환경이 너무 박하다고 생각했다.  뜻이 있고 여유가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대학이든 대학원이든 2~3번 정도는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할 때의 나는 "등록금"이라는 것의 무게를 몰랐다. 정말 철없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탓에 비교적 늦은 나이에 회사에 입사 했었도 '3년 뒤엔 퇴사하고 (어딘지 모르겠지만) 대학원 간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게 3년이 4년이되고 5, 6, 7... 너무 오랜 시간동안 말뚝박고 있게될줄은 상상도 못했다. 처음 3년 정도엔 대학교 전공과 관련된 대학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업무를 하게 되며 점점 데이터 모델링, 통계나 데이터 사이언스 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not 에널리틱스, not AI)
    본인은 문과 출신인데다 직장 산업군은 위의 어느 것과도 관런 없지만 업무는 또 찔끔 찔끔 관련 업무를 해야하는 환경이었다. 통계는 학부때도 관심이 많아서 대충 뭐라고 하면 알긴 알겠는데, 나머진 이게 도대체 뭔소리냐 울며불며 공부해야했다. 하지만 그게 다 내가 한다고 저질러서 해야하는 업보인…
   사실 이 정도로 관심사를 정의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행하는 단어를 붙이면 뭐든 몸값이 올라가는 세상이라 그런지 뒤죽박죽 섞어 본인들 부르고 싶은데로 정의한다. 각각 분야가 뭘 의미하고 뭐가 다른지 대략적으로 정의하는데 몇 년간의 시간과 많은 돈을 쓰고서야 뭘 더 배우고 싶은지 깨닫게 되었다. 헤메는 동안엔 알게모르게 갑갑함도 많이 쌓였다.
 

대학원 탐색

   흥미를 깨닫는건 둘째치고 그걸 받아들일만한 머리는 있냐?가 문제였는데. 일단 학부생도 피눈물 흘리면서 졸업하고 가는 석박 과정을 내 머리론 따라갈 수 없다는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래도 어느 수준으로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싶어 짬짬히 공부했으나 중고등학교 수준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퇴사하고 일반 대학원 가는건 희망을 버렸고. 비전공생이 다닐 수 있는 야간 대학원들을 알아보다가 그만... 너무 열심히 찾다가 삼천포로 빠지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관심사인 IT와 관련된 야간 대학원을 하나 발견하게 된 것이다.
  정말 뜬금 없이 IT에 집중하는 경영 대학원에 꽂혔다. 야근에 찌들어사는 나도 충분히 출석체크할 수 있는 배려심 넘치는 시간표 구성, 직장과 가까운 캠퍼스... 플러스로 그동안 거쳐왔던 업무만 놓고 따지자면 적합도가 굉장히 높아보였다.
  학과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 외에도 요즘은 엥간하면 인터넷으로 최근 3년간 개설된 수업 종류와 실라버스를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에 3개월을 온라인에 있는 정보를 모두 훑었다.
 
 지원을 망설이게했던 3가지는  커리큘럼/ 졸업 학위 종류/ 학비 였다. 디테일하게 적으니 에이포 반장 분량이 나와서 생략한다.  학위 부분은 인터넷 상에 하도 상충되는 말들이 많아 이메일까지 보내서 확인했었다.
학부 때 경영학을 찍먹해보곤 경영대학원은 안맞으니 안가겠다고 한게 있었는데 웃기게도 그걸 뒤엎는 선택을 하려니 참. 하지만 딱히 지원을 미룰 필요도 없었던게, 이 대학원은 특이하게 상반기 지원 → 후기 입학이라 남들 모집할 때 지원하는 대학원이 아니다. 일단 쓰고 떨어지면 내년에 다른 대학원 쓰고 붙으면 그때 고민하자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다.
 

대학원 지원

   의무교육시절부터 자기 소개 시간, 자기 소개서 작성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아왔어서 매우 부담이 되었다. 지원에 대한 부분은 서칭해도 걸리는 것이 생각 외로 많이 없었으나 한 가지 분명했던 사실은 MBA류의 대학원은 매 해 자소서 문항이 똑같았다는 점이었다.
    오만 곳을 헤집고 다니다가 몇몇 분들이 공개한 자소서 답변을 수집하고 보니 대충 어떤 스타일의 글을 써야겠다는데 감이 왔다. 잘 하지 못하는 포장과 패기의 표출이 필요했다. 개인의 삶과 비전을 포장하라면 못했겠지만 직장과 연계되서 작성해야하다보니 일처럼 와닿아 기계처럼 술술 썼다.
  추천서나 본인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자료 제출이 필요했다. 추천서는 받을 곳이 없었고 직장은 대학원 지원 프로그램이 없는데다 몰래 지원했던 터라. 다만 회사 다니면서 신입때부터 근무 외 시간은 꾸준히 이것저것 스터디를 해온 이력이 있다. 자격증과 과거 온라인에 게재했던 글들을 같이 제출했다.
  지원한 대학원은 자소서 제출과 동시에 개인 증빙 서류를 실물 원본으로 본원에 가서 직접 제출해야했다. 우편으로도 발송 가능했지만 연차나 써볼 생각으로 직접 가서 서류 접수 했다. 본원 캠퍼스가 상당히 넓어 나올 때 길을 잃었다.
 

대학원 면접

    서류 합격 발표와 면접 사이에 5~7일정도의 기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월요일 면접이었고 당시 시간이 없어서 평일엔 도저히 뭘 준비할 순 없겠고 주말에나 준비를 하자는 마음으로 일단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금요일 저녁에 멘탈이 나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밤새 그 일(?)만 생각하느라 금,토 밤을 새고 일요일 집중을 못하고 뜬눈으로 월요일을 맞이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럴만한 일도 아니었는데 면접 준비가 하기 싫었던 것 같다...
 
    면접보는 사람이 많았는지 예정된 시간에서 40분이 밀리고 나서 면접을 봤다. 면접 질문 자체는 의외로 개인 이력이 60% + 자소서 40% 정도였다. 어렵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안그래도 잠을 못잔 효과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약간 발끈해서 대답한 것도 있었다. 좋게 표현하자면 진정성 있는 솔직한 면접자^^ 라고 포장해본다.
 
   면접 문항들이 정확히는 기억 안난다. 면접 보고 느꼈던 점은 -> 직장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을 학부나 직장 생활 동안의 에피소드나 증거물 (성적, 자격증, 외부 활동 등)로 증명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 다니고 있는 직장이 남들이 다 알정도로 좋으면서 + IT 관련 업무를 하거나// 현재 직무가 이 프로그램과 관련성이 명확하거나// 비전공자가 아니면서 현재 IT 아닌 산업군에 속해있거나 IT 직무가 아니지만 본인만의 독창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뽑겠거니 라는 생각을 했다. 이건 걍 면접 본 내 생각이라 실제 합격자들이 이런지는 모르겠다.
  학부 질문이 나온게 정말 의외였는데 성적이 충격적이셨나봄. 난 회사가 남들 다 아는 메이저급은 아니었고 IT와 1도 연관 없어보이는 회사에서 신사업에 IT나 AI, 데이터 유관 업무를 한다고 하니 질문들이 들어왔었다. 몰라서 물으시는 질문들은 아니고 본인이 하는 일을 본인 언어로 정리하고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려고 한 듯.

대학원 합격 후

  회사에서 한창 회의 하는 중간에 합격 여부를 확인하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딱히 기대는 안했지만 너무 궁금해서 회의 시간에 몰래 조회했다. 합격했다는 내용과 총장이 보내는 긴~ 메세지가 있었다. 솔직히 메세지는 보는 순간 상당히 뽕이 찼다. 회의 분위기만 좋았으면 물 마시러 간다하고 살짝 울고 왔을 듯.
 
  합격은 합격이고, 그래서 과연 가야할까?를 정말 열심히 고민했다.
  고민 포인트였던 커리큘럼/ 졸업 학위 종류/ 학비 중에서 2번에 대한 아쉬움이 매우 컸다. 문과의 업적작(?)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고민하다 머리가 아파서 늘 그렇듯 좀 이상하게 결론을 내렸다. 업적작은 고사하고 여기서 더 공부해서 다른 곳을 지원한들 붙을 보장이 있을 것이며..  일단 야근을 줄일만한 장치가 필요했다. 평일 수업하게 되는 강의실 위치가 기가 막혔다.  어떻게든 수업을 빠지진 않고 갈 수 있을만한 곳이 이 코스밖에 없다. 신이 준 기회니 들어가야한다.. 합리화를 하며 등록했다.


 
위의 과정으로 카이스트 경영전문대학원의 정보경영프로그램 (카이스트 IMMS)에 입학하였다.
대학원은 순전히 호기심과 답답함으로 시작해 지원한 것으로,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을 더 오래다니거나 커리어 어쩌구를 할 생각으로 지원했던 것은 아니다. 한 학기가 지난 시점에도 이 생각은 똑같다. 그렇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웃기게도 학업 측면보다는 인간으로서 더 개선되어야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직장 생활이 스펙터클해도 스펙터클 하지 않아도 추천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진~
미래에 대한 투자 개념이 아니라 단순 즐거움과 자기만족으로 시작해버린 이 길의 끝은 어딜지 앞으로 내야할 등록금을 생각하며 끝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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